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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쉬운 수능’ 메시지, 왜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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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올해 수능은 물수능(쉬운 수능)으로 내겠다는 거죠? 수능 5개월도 안 남았는데 뭐 어쩌라는 건지….”지난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교육 밖 문제는 출제에서 배제하라’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난이도 관련 발언 뒤 수험생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변별력 저하를 우려하는 글이 쏟아졌다. 윤 대통령 발언이 난이도 관련 지침이 아니라 공교육 밖 내용을 출제하는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이라는 교육부와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11월 수능 준비의 바로미터인 6월 모의평가와 9월 모의평가 사이에 나온 대통령의 난이도 조절 발언으로 수험생과 학부모 혼란은 커지는 모양새다.입시 현장에서는 정부 방침을 ‘쉬운 수능’의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 소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의 메시지가 쉬운 수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준 셈인데 어떤 출제자가 문제를 어렵게 출제하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킬러 문항을 줄여 사교육을 경감하겠다는 정부의 의도는 좋다”면서도 “문제는 시점과 표현방식이다. 이번 논란으로 수능 출제 베테랑들이 그 자리에 가지 않으려고 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능 난이도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상위권 변별력 중심의 ‘불수능’도 문제이지만, ‘물수능’으로 변별력이 약해지는 데 따른 문제도 우려 지점이다. 작은 실수 하나만으로도 입시 실패에 내몰릴 수 있는 탓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수능이 쉽게 출제되면 동점자가 속출할 수 있고, 1등급 커트라인이 높아져 상위권 학생들에겐 억울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쉬운 수능 시그널로 재수를 생각하지 않던 반수생이 급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실제 ‘물수능’이라고 평가되는 2015년 수능에서는 영어 90점 이상 수험생이 9만 명에 달했고, 2012년에는 전 과목 만점자가 30명이나 나왔다. 이만기 소장은 “킬러 문항을 없애면 ‘킬러 문항보단 쉽지만 일반 문항보다는 어려운’ 문제들이 늘 수밖에 없다. 어쩌면 중위권 학생들이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짚었다. 임 대표는 “지난해 수능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수능은 과목 간 격차를 줄일 수 있도록 정교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정부는 쉬운 수능, 어려운 수능으로 너무 단순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정부 메시지가 오히려 사교육 업계의 영향력을 키운다는 비판도 나온다. 장승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위원은 “정부가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내놓으니, 수험생과 학부모는 여러 시나리오에 대처하느라 오히려 사교육 시장의 문을 더 두드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만기 소장은 “쉬운 수능이 현실화하면 수시에서 내신과 논술의 위력이 커질 것”이라며 “사교육 경감을 위해 내놓은 정책이 또 다른 사교육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짚었다.평가원은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를 예정대로 오는 9월6일 진행한다고 18일 발표했다. 평가원은 이번 9월 모의평가 난이도 관련 지난해 수능과 올해 6월 모의평가와 마찬가지로 전 영역을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에 근거해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6월 모의평가처럼 교육방송(EBS) 수능 교재에서 쓰인 도표와 그림, 지문 등 자료 활용을 높여 ‘연계 체감도'를 높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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